‘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단순한 자동차 액션 영화에서 시작해 이제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9편과 10편인 ‘분노의 질주9 (F9)’과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Fast X, 패스트X)’는 각각 시리즈의 변곡점과 클라이맥스를 담고 있어 비교가 필수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스토리의 연결성과 캐릭터의 연속성, 액션 스케일의 진화, 그리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두 편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스토리 연결성: 가족의 서사는 계속된다
‘분노의 질주9’는 도미닉 토레토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작품입니다. 도미닉의 동생인 제이콥 토레토(존 시나)의 등장은 팬들에게 충격과 흥미를 동시에 안겨주었고, 시리즈 전체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형제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액션을 오가며 도미닉의 심리적 깊이도 더해졌습니다. 반면 ‘패스트X’는 F9에서 제시된 가족의 상처를 넘어, 복수의 서사로 확장됩니다. 이 영화의 핵심 빌런 ‘단테 레예스’(제이슨 모모아)는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에서 도미닉 일행에게 아버지를 잃은 복수심을 지닌 인물입니다. 즉, 패스트X는 시리즈의 과거 사건들과 정교하게 연결되며, 단순한 속편이 아닌 서사적 회귀의 성격을 띱니다. 도미닉은 이제 ‘지키고 싶은 가족’뿐만 아니라 ‘과거의 그림자’와도 싸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두 영화는 모두 ‘가족’을 주제로 삼았지만, F9은 내부의 갈등을, 패스트X는 외부의 위협을 다루며 감정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전자는 형제애와 화해에 집중했다면, 후자는 파괴와 복수라는 감정의 끝단을 건드립니다. 스토리 연결성 측면에서 패스트X는 이전 작품과의 유기적 연결과 상징성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액션 스케일: 현실을 초월한 스턴트의 향연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상상할 수 없는 스턴트’를 실제 차량과 세트로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9편 F9에서는 자동차가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도미닉과 로만이 로켓이 장착된 차량을 타고 위성 파괴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은 ‘이 정도면 판타지’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동시에 시리즈의 스케일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비해 패스트X는 물리적 현실성을 어느 정도 복원하면서도, 스케일은 더 커졌습니다. 로마 시내 중심가를 폭주하는 거대한 철구 폭탄 시퀀스, 수중 댐 위의 차량 추락, 폭발, 헬기 격추 등 시퀀스 하나하나가 영화 한 편 분량의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패스트X에서는 ‘멀티 캐릭터 액션’이 더 정교해졌습니다. 각 인물이 다른 장소에서 다른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편집은 시리즈의 액션 미학을 극대화합니다. 무엇보다 단테 레예스라는 빌런은 액션 그 자체의 중심입니다. 기존의 악당들이 육체적 강함과 권력을 상징했다면, 단테는 정신적 불안정성과 유희성을 무기로 활용합니다. 그는 마치 조커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을 즐기며, 기존 분노의 질주에 없던 ‘광기’의 액션을 도입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패스트X의 액션은 단순한 차량 스턴트를 넘어 ‘연출 예술’로 발전합니다.
완성도: 캐릭터와 감정선의 균형
F9는 새로운 캐릭터인 제이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지만, 전체적으로 정서의 연결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도미닉의 아버지와의 과거, 제이콥과의 갈등은 서사적으로는 중요했지만, 인물 간 감정선이 다소 일방적으로 전개되면서 몰입도를 낮췄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복잡한 플래시백 구성과 비현실적인 액션이 관객의 피로도를 높였습니다. 반면 패스트X는 ‘감정선’과 ‘긴장감’을 유기적으로 결합했습니다. 단테의 등장으로 인해 도미닉은 처음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진짜 위기감을 선사하며,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도미닉과 그의 아들 브라이언, 레티와의 관계, 팀원들의 분산된 상황 등이 교차하며 감정의 진폭이 커집니다. 또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의 연출은 감정선과 액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며, 속도감 있는 진행과 동시에 내러티브의 밀도를 유지합니다. 음악, 색감, 카메라워크 등 기술적 요소도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특히 로마 시퀀스는 드론 카메라와 고속 촬영이 결합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신선함을 제공합니다. 전작보다 전반적인 톤과 무드,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가 균형을 이루며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을 충족합니다.
‘분노의 질주9’과 ‘패스트X’는 시리즈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각각 ‘과거의 화해’와 ‘현재의 위기’를 다룹니다. F9는 시리즈의 뿌리를 탐색하고, 패스트X는 정점을 향해 질주합니다. 스토리 연결성과 감정의 깊이, 액션의 창의성과 완성도에서 ‘패스트X’는 한층 성숙해진 시리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액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은 이 두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면,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왜 전 세계를 사로잡았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입니다.